결론 먼저

이산화규소와 스테아린산마그네슘은 공인 규격 내 함량으로 장기 복용해도 체내에 축적되지 않고 안전하게 배설되거나 일반 영양소로 대사되므로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습니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 매일 섭취하는 종합비타민, 미네랄, 유산균 등 정제나 경질 캡슐 제품의 원재료명을 확인하다 보면 '이산화규소'나 '스테아린산마그네슘'이라는 낯선 화학명을 흔히 발견하게 됩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주원료가 아닌 화학적 합성 부형제가 매일 몸속으로 들어왔을 때 간이나 신장에 무리를 주거나 장기적으로 체내에 축적되어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염려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일부 마케팅에서는 이들 성분이 들어있지 않다는 '무첨가' 전략을 앞세워 불안감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과 정제형 의약품에서 부형제(excipient)는 제품의 품질 균일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공학적 원료입니다. 본 분석에서는 2026년 10월 기준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식품안전청(EFSA)의 최신 위해성 재평가 과학적 의견서와 독성학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두 대표 부형제의 작용 기전, 체내 흡수 및 대사 경로, 만성 섭취 시의 안전성을 다각도로 검증합니다.

1. 제형 부형제의 본질: 이산화규소와 스테아린산마그네슘의 역할

부형제란 유효 성분을 일정한 크기와 모양의 정제나 캡슐 형태로 성형하고 변질 없이 안정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첨가하는 기술적 보조 물질을 의미합니다. 정제 제조 공정은 미세한 분말 원료들을 정밀하게 혼합한 뒤 타정기(tablet press)라는 고압 압축 기계의 금형 틀(die)에 부어 강한 압력으로 눌러 찍어내는 물리적 과정을 거칩니다. 만약 분말이 습기를 머금어 뭉치거나 금형 벽면에 들러붙는다면 개별 알약마다 영양성분의 함량이 제각각으로 달라지거나 생산 중 제품이 부서지는 치명적인 품질 불량이 발생합니다.

이산화규소(Silicon Dioxide)는 분말 원료가 대기 중의 수분을 흡수하여 떡처럼 엉겨 붙는 현상을 차단하는 고결방지제(anticaking agent)로 투입됩니다. 다공성 미세 입자 구조를 지닌 이산화규소는 수분을 강력하게 흡착하고 분말 입자 사이사이에 위치하여 물리적 간격을 벌려줌으로써 가루가 굳지 않고 자유롭게 흘러가도록 돕습니다. 반면 스테아린산마그네슘(Magnesium Stearate)은 타정 시 분말이 금형 펀치 표면에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는 활택제(lubricant, 윤활제) 역할을 수행하여 정제가 압축된 후 기계에서 매끄럽게 빠져나오도록 유도합니다.

현대식 정제 타정 설비와 균일하게 생산되는 영양제 정제
정제 제조 과정에서 고결방지제와 윤활제는 성분 편차를 방지하고 규격화된 알약을 성형하는 데 필수적으로 기여합니다.

2. 이산화규소(SiO2)의 대사 기전과 체내 축적 여부

일각에서는 이산화규소가 모래나 유리, 혹은 제습제 실리카겔의 주성분과 화학식(SiO2)이 같다는 이유로 몸 안에 돌이나 유리 조각이 쌓이는 것처럼 오인하곤 합니다. 그러나 식품 및 영양제 제조에 합법적으로 승인된 이산화규소는 광산에서 채굴하는 결정형 실리카(crystalline silica)가 아니라, 기상 가수분해 등의 정밀 화학 공정을 통해 규격화된 합성 무정형 실리카(Synthetic Amorphous Silica, SAS)입니다. 호흡기로 흡입 시 진폐증을 유발할 수 있는 산업용 결정형 실리카와 달리, 경구 섭취용 무정형 실리카는 체내 조직을 물리적으로 손상시키지 않는 불활성 물질입니다.

무정형 이산화규소는 소화관 내부의 위산이나 소화 효소에 의해 거의 분해되지 않으며, 장점막 세포를 통한 흡수율이 극도로 제한적입니다. 2024년 유럽식품안전청(EFSA) 산하 식품첨가물 및 향료 패널의 식품첨가물 E 551(이산화규소) 재평가 결과에 따르면, 경구 섭취된 무정형 실리카는 장내에서 대부분 흡수되지 않고 대변을 통해 체외로 고스란히 배설되며 체내에 누적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1. 또한 혈중으로 미량 흡수된 극소량의 수용성 규산 형태 역시 신장을 통과하여 소변으로 신속히 배출되므로 만성 섭취로 인한 전신 독성 우려가 없습니다1.

미국 연방규정집 21 CFR § 172.480에서도 고결방지제 목적의 합성 무정형 이산화규소 사용 기준을 최종 식품 중량의 2% 이하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으며, 이 사용 범위 내에서 비타민 안정화 흡착제 및 식품 첨가물로서의 안전성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2. 실제 영양제 한 알(보통 500~1,000mg)에 함유되는 이산화규소의 양은 통상 0.5~1% 미만으로, 1정당 수 밀리그램 단위에 불과합니다. 이는 토양에서 자라는 시금치, 귀리, 맥주 등 천연 식물성 식품을 통해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식이 규소의 양과 비교해도 현저히 적은 수준입니다.

3. 스테아린산마그네슘의 소화 분해와 안전성 검증

스테아린산마그네슘은 식물성 야자유나 동물성 식용 유지에서 추출한 포화지방산인 스테아르산(Stearic acid) 두 분자에 미네랄인 마그네슘 이온(Mg2+) 한 분자가 결합한 백색 지방산염 분말입니다. 인터넷상에서 흔히 회자되는 유언비어 중 하나는 스테아린산마그네슘이 장벽에 기름막을 형성하여 다른 영양소의 흡수를 막거나 면역 세포인 T세포를 파괴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는 1990년 세포 배양 접시(in vitro) 환경에서 분리된 면역 세포에 고농도의 유리 스테아르산을 직접 투여했던 기전 실험을 인체 경구 섭취 상황으로 왜곡 해석한 대표적인 오류입니다.

인체 생리학적 관점에서 스테아린산마그네슘을 경구로 삼키면, 강산성의 위액 환경에서 즉각 마그네슘 양이온과 스테아르산 지방산 카르복실레이트로 완전히 해리(dissociation)됩니다3. 분리된 마그네슘은 소장에서 필수 전해질 및 미네랄로 흡수되며, 스테아르산은 쇠고기, 카카오 버터, 유제품 등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일반 장쇄 포화지방산과 완벽하게 동일한 생체 경로를 통해 췌장 리파아제에 의해 소화 분해되어 에너지원으로 대사됩니다3. 즉, 장벽에 잔류하여 코팅막을 치거나 세포를 사멸시키는 물리적 상태로 남아있지 않습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의 지방산 마그네슘염(E 470b) 재평가 보고서에서는 본 첨가물이 장내에서 자연스러운 영양소 구성 성분으로 해리되므로 체내 유해 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극히 낮아 일일섭취허용량(numerical ADI)을 수치적으로 제한할 필요조차 없는 품목(ADI 'not specified')으로 최종 분류하였습니다3. 더불어 독성학 연구팀(Hobbs et al.)이 수행한 유전독성 평가에서도 스테아린산마그네슘은 박테리아 복귀돌연변이 시험, 포유류 염색체 이상 시험, 동물 체내 소핵 시험 모두에서 일관되게 음성을 나타내어 DNA 손상이나 세포 돌연변이 위험성이 전혀 없음이 규명되었습니다4.

미국 FDA 역시 21 CFR § 184.1440을 통해 식용 공급원에서 유래한 스테아린산마그네슘을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되는 물질(GRAS)'로 공인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정제 윤활제 용도로만 국한되던 스테아린산마그네슘의 체내 안전성과 생체 이용성을 인정하여, '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제2021-25호) 개정을 통해 영양성분인 '마그네슘'을 보충·공급할 수 있는 정식 원료로 추가 등재하기도 했습니다5.

위장관 내에서 스테아린산마그네슘이 마그네슘과 지방산으로 해리되는 대사 흐름도
스테아린산마그네슘은 위산 환경에서 체내 필수 미네랄인 마그네슘 이온과 일반 지방산인 스테아르산으로 완전히 분리되어 자연 대사됩니다.

4. 글로벌 식품안전 규제 기준 및 첨가물 비교

소비자가 영양제 라벨을 읽을 때 흔히 접하는 대표 부형제들의 규제 기준과 체내 작용 특성을 객관적으로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두 성분 모두 극미량만으로도 타정 공정의 정밀도를 확보할 수 있어 실제 함유량은 미미하며, 국제 규제 기관에 의해 안전성 평가가 완결되어 있습니다.

구분주요 기술적 기능미국 FDA 규정 기준유럽 EFSA 평가 결론체내 대사 및 배설 특성
이산화규소 (SiO2)고결방지제, 분말 유동성 향상, 수분 흡착21 CFR § 172.480 (최종 중량의 2% 이하 허용)E 551 재평가 결과 전 연령 안전성 확인 및 독성 우려 없음비분해성 불활성 물질로 장내 흡수되지 않고 대변으로 대부분 배설
스테아린산마그네슘타정 윤활제, 활택제, 금형 부착 방지21 CFR § 184.1440 (식용 유래 GRAS 공인 품목)E 470b 재평가 결과 수치적 ADI 불필요(Not Specified)위산에서 마그네슘과 스테아르산으로 해리 후 일반 영양소 경로로 대사
HPMC (히드록시프로필메틸셀룰로오스)정제 코팅제, 결합제, 캡슐 기제21 CFR § 172.874 (GMP 기준 하 사용 허용)E 464 재평가 완료, 식이섬유 유사 안전성 인정인체 소화 효소로 분해되지 않는 수용성 식이섬유 특성으로 대변 배설
주요 정제 부형제의 기능, 글로벌 규제 기준 및 체내 대사 특성 비교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이산화규소와 스테아린산마그네슘은 인체 대사계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체내 흡수 자체가 제한되거나, 흡수되더라도 천연 식이 성분으로 환원되는 화학적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제 한 알에서 이들 부형제가 차지하는 비율은 통상 0.2~2% 이내로 엄밀히 제한되어 생산됩니다. 만약 제조사에서 윤활제인 스테아린산마그네슘을 과다 투입할 경우 정제의 경도가 약해지거나 물속에서 알약이 녹아 분해되는 붕해 시간(disintegration time)이 지연되는 공정 불량이 발생하므로, 제약 및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는 기술적으로 가장 최소화된 최적 비율만을 투입합니다.

5. '무부형제' 마케팅의 실체와 섭취 시 주의사항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는 '이산화규소 무첨가', '화학부형제 0%'를 내세운 마케팅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품들이 정제를 성형하기 위해 부형제를 전혀 쓰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의 이산화규소나 스테아린산마그네슘 대신 쌀겨추출분말, 옥수수전분, 치커리뿌리추출물 등 자연 유래 원료를 대체재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천연 유래 분말은 소비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으나, 표준화된 합성 부형제에 비해 방습 및 윤활 능력이 일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방습력이 다소 떨어지는 천연 대체 원료를 사용한 정제는 여름철 고온다습한 보관 환경에 노출될 경우 제품 표면이 변색되거나 알약이 쉽게 깨지고 부서지는 물리적 취약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특정 곡물이나 식물성 추출물에 알레르기가 있는 소비자의 경우 오히려 천연 대체 부형제로 인해 알레르기 반응이 유발되는 예외적 위험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화학 부형제가 배제되었다'는 문구만으로 제품의 품질이 항상 더 우수하다고 단정할 과학적 근거는 희박합니다.

다만 매우 드물게 중증 신부전 환자처럼 미네랄 배설 능력이 극단적으로 저하되어 전해질 섭취를 엄격히 제한해야 하는 질환자의 경우, 영양제에 투입된 각종 염류 형태의 부형제나 주원료의 누적 함량에 대해 전문의료진과 복약 상담을 거치는 것이 안전합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질병을 직접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의약품이 아니며, 인체 고유의 영양을 보조하는 식품이므로 제품의 안전 규격과 본인의 기저 질환을 함께 고려하는 합리적인 선택이 필요합니다.

6. 합리적인 영양제 선택과 보관 가이드

영양제를 장기 복용할 때 소비자가 우선적으로 점검해야 할 핵심은 안전성이 공인된 부형제의 유무가 아니라, 기능성 주원료의 함량이 한국인 일일 영양성분 기준치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식약처의 건강기능식품 인증 도안(GMP 및 기능성 표시)을 정식으로 취득한 제조시설에서 생산되었는지 여부입니다. 정제에 소량 함유된 이산화규소와 스테아린산마그네슘은 수십 년간 축적된 글로벌 안전성 데이터를 통해 위해성이 없음이 확립되어 있으므로 불필요한 불안감으로 섭취를 기피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제품을 구매한 이후 잘못된 보관 습관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제의 산패와 변질이 인체에 훨씬 더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합니다. 방습제가 동봉된 밀폐 용기는 개봉 후 뚜껑을 항상 완전히 닫아 직사광선과 습기가 차단되는 서늘한 실온(15~25℃)에 보관해야 하며, 욕실 선반이나 싱크대 주변처럼 습도가 높은 곳은 피해야 합니다. 만약 정제의 표면에 얼룩덜룩한 반점이 생기거나 부스러짐, 이상 악취가 발생했다면 부형제의 유무와 상관없이 유효 성분의 산화 변질이 진행된 것이므로 즉각 섭취를 중단하고 폐기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산화규소가 함유된 영양제를 수년간 복용해도 몸에 돌처럼 쌓이지 않나요?

A. 쌓이지 않습니다. 식품용 이산화규소는 불활성 합성 무정형 실리카로, 장벽을 통과해 흡수되지 않고 대부분 대변으로 자연 배설되며 흡수된 극소량도 소변으로 배출되므로 체내에 축적되지 않습니다.

Q. 스테아린산마그네슘이 장벽을 코팅해 영양분 흡수를 방해한다는 소문은 사실인가요?

A. 사실이 아닙니다. 스테아린산마그네슘은 위장에 도달하는 즉시 위산에 의해 마그네슘과 스테아르산으로 완전히 해리되며, 각각 필수 미네랄과 일반 지방산 형태로 정상적인 소화 흡수 과정을 거칩니다.

Q. 부형제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무부형제' 제품을 고르는 것이 더 안전한가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무부형제 제품은 쌀겨나 전분 등 천연 원료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으며, 습기에 취약해 변질되거나 알약이 깨지기 쉬울 수 있습니다. 공인 규격 내 부형제는 완제품의 품질 균일성을 지켜주는 안전한 성분입니다.

참고 자료

  1. Re-evaluation of silicon dioxide (E 551) as a food additive in foods for infants below 16 weeks of age and follow-up of its re-evaluation as a food additive for uses in foods for all population groupsEFSA Panel on Food Additives and Flavourings (FAF) / PubMed
  2. 21 CFR § 172.480 Silicon dioxideeCFR /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3. Re-evaluation of sodium, potassium and calcium salts of fatty acids (E 470a) and magnesium salts of fatty acids (E 470b) as food additivesEFSA Panel on Food Additives and Nutrient Sources added to Food (ANS) / PubMed
  4. Magnesium stearate, a widely-used food additive, exhibits a lack of in vitro and in vivo genotoxic potentialToxicology Reports / PubMed
  5. 「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 일부개정고시(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제2021-25호, 2021. 3. 25.)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